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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endorfer 스피커 (VC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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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endor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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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필아르트(Spielart)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절대자였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대했을 때 자주 썼다고 하는 이 표현은 ‘피아노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연주가에게 느껴지는 방식이나 독특한 느낌’을 말한다고 한다. 그는 자신만의 이 특별한 느낌을 언제나 똑같이 유지하고 싶었기에 자신의 피아노와 전속조율사를 동행하여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오늘날 ‘오디오 연주가’라는 표현까지 쓰는 우리 오디오쟁이들 또한 피아노에 있어서 호로비츠 못지않은 대가(?)들이 있고, 그가 돌아다녔던 것만큼 많은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오디오 기기들을 들을 수 있는 현실을 볼 때 그가 소유했던 좋은 슈필아르트는 더 이상 그만의 전유물일 수는 없을 것이다.

호로비츠는 스타인웨이의 피아노만을 고집했다. 그의 명연이 담긴 음반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그의 피아니즘을 대변하는 찬란한 광채와 드라마틱한 스케일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피아노가 스타인웨이였기 때문이다. 스타인웨이의 피아노는 영국의 존 브로드우드가 100년 이상 먼저 제작을 시작했음에도, 또 일본의 야마하 피아노가 6~7배나 많은 피아노를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 공연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면서, 또 피아노 연주자의 95% 이상이 가장 선호하는 피아노로서 거대한 피아노 제국을 형성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가진 슈필아르트는 단순히 여러 피아노 브랜드 중 하나로서의 개성이 아닌 현대 피아노 음의 전형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경쟁이 그렇듯이 1인자의 화려한 명성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에 가려진 2인자의 실력과 가치는 1인자의 그것 못지않으며, 그것은 피아노 제작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2인자라기보다는 자신의 주관대로 선택한 길을 조용히 가고 있는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는 뵈젠도르퍼는 오늘날 스타인웨이와 함께 피아노 제작의 양대 산맥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피아노가 추구하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음색, 다소 얌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절제된 다이내믹과 풍성하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울림은 178년의 역사 속에서 오스트리아의 황실과 리스트, 빌헬름 박하우스, 라두 루푸와 같은 음악가들로부터 스타인웨이와는 다른 찬사와 공감을 받아왔다. 더 나아가 뵈젠도르퍼는 그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 모든 음악의 영역에 구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현대인이 음악을 감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디오의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오디오 시스템 중 실제악기와 구조적으로 가장 비슷한 스피커를 ‘뵈젠도르퍼 라우드스피커’라는 이름을 달고 당당히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그러나 170여 년 동안 피아노만 만들던 회사가 순식간에 뚝딱하고 스피커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물론 악기를 만드는 회사이기에 그들이 가진 소리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명확하고, 스피커의 캐비닛의 음향적 설계나 소재의 선택과 마무리에 피아노제작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반영될 수는 있지만 크로스오버 설계, 유닛의 적절한 선택과 포지셔닝과 같은 공학적인 측면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또 이런 공학적인 측면의 해결과정이 어떻게 하면 피아노 같은 악기의 울림과 같은 방식으로 해석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뵈젠도르퍼가 선택한 사람은 바로 스피커 설계의 장인인 한스 도이치(Hans Deutsch) 박사였다. 지휘자 카라얀의 권유로 스피커 제작을 시작한 그가 1970년대에 주창한 어쿠스틱 액티브 원칙은 악기와 같은 공명 없이는 실제와 같은 음색과 존재감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스피커 자체가 악기로서 기능해야 하며, 더 자연스러운 공명을 위해 피아노의 공명판과 같은 패시브 타입(Passive Type)의 공명판을 추가하는 구조적 설계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패시브 타입으로 공명판을 설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일반적인 스피커처럼 적절한 우퍼유닛을 선택하여 액티브 타입(Active Type)으로 구성하고 내부 공진을 최소화하는 캐비닛을 설계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지만 패시브 타입의 공명판으로 저음역을 보강하고 전체적인 사운드 배음에 영향을 주는 것은 공명판의 소재와 마감처리, 음색의 변화, 음원과의 거리와 각도에 따른 양감의 차이와 같은 더 많은 변수가 있어 실제로 원하는 소리를 이끌어내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의 88개의 건반이 쳐내는 200여 개의 줄이 서로 간섭받는 가운데 자신들이 원하는 소리를 끌어내도록 처리할 수 있는 뵈젠도르퍼의 노하우는 대역별로 서로 다른 2~3개의 스피커 유닛들이 쏟아내는 소리들을 공명판을 통해 정리해 내는 데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고, 바로 이 점이 뵈젠도르퍼로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인적인 기술의 우위성을 돋보이면서 동시에 마케팅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최고의 피아노를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악기처럼 울리는 스피커”. 듣기에도 그럴 듯하지 않은가?


여러해 전 황금의 공연장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뮤직페라인잘에서 보았던 귀족적인 자태의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필자의 스튜디오에서 그들이 만든 스피커로 재회하게 된 지금 심정은 마치 호로비츠가 새로운 피아노를 만날 때마다 기대했던 ‘슈필아르트’를 느껴야만 이 스피커에 대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엄숙함마저 들게 한다. 본지에서 리뷰한 뵈젠도르퍼 VC7E은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이며, 그들이 만드는 피아노로 치자면 ‘임페리얼’급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슬림한 몸체의 전면부에 2개의 트위터가 있고, 특이하게도 좌우 측면에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레인지를 담당하는 4개의 드라이버 유닛이 양쪽에 2개씩 장착되는 2웨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헬름홀츠 공진원리를 응용한 혼 레조네이터(Horn Resonator) 기술을 캐비닛에 적용하고 미드 베이스 유닛 뒤에 어쿠스틱 사운드 보드(Acoustic Sound Board)를 장착하여 저역주파수의 공진현상을 이용해 대역 밸런스를 컨트롤 하고 있다.


스피커의 캐비닛의 소재는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리드(뚜껑)와 같은 소재로 제작되었고, 어쿠스틱 사운드 보드는 스피커를 위한 공명판의 기능을 위해 특별히 선택된 목재를 사용했으며, 그 두께나 폭은 자체적인 음향실험을 통해 선택되었다.

뵈젠도르퍼의 목재기술 장인이 직접 선택한 재료를 쓰고 마감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서인지 그 만듦새가 남다르다.
그렇다면 이 고집스러워 보이는 스피커가 들려주는 소리는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VC7E는 대단히 개성이 강한 스피커일 뿐만 아니라, 현대 오디오의 주류성향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아노의 세계에서 스타인웨이의 소리는 현대 피아노의 전형이 되었고, 그 추종자들에 의해 답습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피커에 있어서 현대의 주류 성향은 어떠한 것일까? 물론 스피커 브랜드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큰 흐름은 ‘소리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2채널 스테레오 시스템을 통해 사운드의 팬텀 이미지를 발견한 이후로 2통의 스피커로 사운드 스테이지를 얼마나 사실감 있게 재현할 수 있는가는 많은 스피커 회사들의 세일즈 전략이었고 소비자들의 바람이었다.


소리를 통해 실제 연주현장을 눈으로 보듯이 만들어 주는 것은 오늘날 5.1채널, 7.1채널과 같은 서라운드 환경을 통해 더욱 더 생생한 현장감을 만들어주기에 이르렀지만, 동시에 우리는 전기의자에 앉혀진 죄수처럼 정확하게 또 제대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고개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도록 여러 개의 스피커들에게 사방에서 감시받기에 이르렀다. 그것뿐일까? 되도록 시각화에서 중요한 정확한 정위감을 구현하다보니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중 고역대를 강조하여 실제의 소리보다 필요 이상으로 해상력이 높아져 때에 따라 귀를 피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역의 양감과 질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이런 소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실제 연주회장에서의 음에 대한 판단기준이 정확치 않은 상태에서 소리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오디오가 제시하는 시각적인 소리로 만들어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공연장에서 수년 간 거의 매일같이 뉴욕산 스타인웨이와 함부르크산 스타인웨이의 소리를 들어왔던 필자는 그랜드 피아노에 익숙하지 않은 연주자들이 저음현의 소리가 크고 풍부한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종종 봐왔는데, 실제 그런 연주자들은 콘서트용 사이즈의 피아노를 많이 접해 보지 못한 채 작은 그랜드피아노나 업라이트로 연습하고, 그 소리에 자신의 기준을 맞추어 버린다.

그런 면에서 VC7E를 통해 필자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윤디 리의 리스트 소나타는 스타인웨이로 연주했는데도 뵈젠도르퍼의 음색처럼 포장하는 느낌을 제외하고는 그 실제감의 표현이 매우 생생하다. 입체감이 잘 살아 있으며, 특히 저음부의 현이 해머에 의해 울리는 그 느낌은 콘서트용 스타인웨이 D274가 바로 눈앞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수입원의 매니저가 말한 대로 정말 커튼을 치고 울리면 그것이 스피커인지 피아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만한 존재감인 것이다. 사실 VC7E이 보여주는 저역의 에너지감 하나만으로도 동사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사운드가 무엇인가는 명확하다. 바로 스피커라는 악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본기는 모든 음악에 사용할 만큼 범용적이지는 않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 특히 피아노와 실내악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 주었다. 현악기나 목관악기의 음색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유연하며 음악적인 감수성도 뵈젠도르퍼 특유의 중후하고 차분한 울림과 함께 공간을 채워 나간다. 대편성곡들에서는 녹음의 질과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스테이지를 상세하게 펼쳐내는 것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저역이 좀 지나치다 싶을 수 있는데 스피커의 구동원리를 고려해 볼 때 되도록 큰 공간에서 반사를 일으키는 벽을 고려하여 세심한 튜닝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클래식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오히려 재즈에서 보여주는 중저역 리듬감이 매우 유연하고, 비트가 강한 음악에서도 탁월한 재생능력을 보여주지만 아쉽게도 보컬의 재생능력은 보컬의 발성이나 발음의 성향에 따라 좋고 나쁨의 편차가 큰 편이다.

여러 결론을 종합해보면 VC7E는 단순한 스피커라기보다는 하나의 악기로서 가치를 표방하고 있으며, 그런 주장에 걸맞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과연 스피커에서 바람직한 접근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떠나 애호가에게는 특별한 개성을 가진 제품이 하나 더 늘어난 것과 소리의 시각적인 접근이 아니라 실제음이 가진 에너지에 아직 천작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은 우리 오디오 세계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200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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