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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파이어 이어스 EP 시리즈, 소리의 세밀한 분석을 위한 세 개의 튜닝
글쓴이 : Luric      등록일 : 2018.07.04 12:26:27     조회 : 64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 EP 시리즈
소리의 세밀한 분석을 위한 세 개의 튜닝 - EVR, ESR, 팬텀

저는 요즘 제품 리뷰를 빙자한 '제품 지름의 사전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어폰 한 개의 구입을 예정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의 'EP' 시리즈를 살펴봅시다. 전에 소개한 X 시리즈는 밸런스드 아머처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커스텀 이어폰으로, 모두 초저음이 깊게 강조됐으며 음악 감상의 즐거움과 라이브 퍼포먼스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EP 시리즈는 3~5개의 밸런스드 아머처를 사용하며 밸런스 중심으로 음악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목적에 더 맞습니다. 유저의 취향에 따라서 제품 사용 목적을 결정하면 그만이지만 어쨌든 이어폰을 만든 회사와 이어폰을 사전 체험한 저는 그렇게 생각 중입니다. EP 시리즈는 'EVR', 'ESR', '팬텀(Phantom)'이라는 3개의 모델로 구성됩니다. 




이게 모두 시연용 제품이라서 패키지와 구성품이 없는데요. 엠파이어 이어스 홈페이지를 보니 다른 커스텀 이어폰들과 마찬가지로 캐링 케이스와 청소 도구 등을 제공하는 모양입니다. 유니버설 모델은 파이널(Final)의 E 팁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EP 시리즈도 X 시리즈처럼 커스텀 모델만 디자인과 색상의 선택이 가능하며 유니버설 모델은 올 블랙 컬러로 제작됩니다. 제가 찍은 사진 속의 EP 시리즈는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이 적용된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이지만 샘플 제품이라서 그런 것이니 참조를 바랍니다.


“EP 시리즈의 유니버설 모델도 검은색만 제작됩니다.”


전에 살펴본 X 시리즈 샘플 제품은 네 가지의 우드 플레이트 디자인이었는데, EP 시리즈 샘플 제품에는 프리미엄 페이스 플레이트 중에서 Glacier Swirl(하얀색 파랑색 검은색이 혼합된 대리석 무늬), Black Tie Swirl(하얀색 검은색이 혼합된 대리석 무늬)과 시그니처 페이스 플레이트의 Galaxy(보라색 톤의 은하계)가 적용됐습니다. 모두 표면 마감이 깨끗하며 페이스 플레이트의 품질도 훌륭합니다. 커스텀 이어폰의 세계에 한 번 빠지면 소리 뿐만 아니라 예쁜 디자인 때문에 수집 욕구의 폭발을 경험하게 됩니다. 동시에 여러분의 통장 잔고도 폭파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커스텀 이어폰은 소리를 듣기보다는 테이블에 두고 감상하는 편이 좋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커스텀 이어폰에는 국내 가격 20만원대의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 Ares 2 케이블이 기본 포함됩니다. 고급형 이어폰을 구입하고 나면 초라한(...) 기본 케이블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지출을 하게 되는데, 적어도 엠파이어 이어스 제품은 그럴 일이 없겠습니다. 일단 제가 듣기로는 Ares 2가 EP 시리즈의 소리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다른 케이블로 변경할 때에는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Ares 2는 동선이므로 은도금 동선이나 순은선, 금도금 은선 등으로 바꾸면 EP 시리즈의 소리도 많이 바뀌게 됩니다. (비싼 케이블로 갈수록 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저음이 보강되는 경우가 많음) 커스텀 케이블이야 당연히 유저의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지만 적어도 이 감상문은 Ares 2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P 시리즈 중에서 EVR과 ESR은 쉘에 모델 명칭이 적혀 있지 않다면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내부 구조가 비슷합니다. 원음 재생용 인이어 모니터의 기본 구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 한데, 고음 중음 저음 BA가 각 1개씩 있고 노즐에는 3개의 보어를 뚫어 놓았습니다. 단, EVR은 3-Way 네트워크이고 ESR은 4-Way 네트워크를 씁니다. 팬텀은 BA를 5개씩 지녔고 3개의 보어가 있으며 5-Way 네트워크를 사용합니다.



드라이버의 수와 네트워크의 수가 맞지 않아서 이상하게 여기는 분도 있을 텐데요.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설명하는 기술과 노하우 중에서 'SynX'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드라이버에서도 더 세밀하게 주파수 영역을 나눠서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소리 감상문에서 언급하겠지만, 물리적으로는 같은 구조로 보이는 EVR과 ESR의 소리가 완전히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이어폰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진동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A.R.C'(Anti-Resonance Compound)라는 기술도 적용됐습니다. 먼저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 내부의 자석과 발음체 사이에 액체 자석을 넣고, 내부의 케이블을 포함한 모든 부품에 특수 코팅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주파수 응답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크(Peak)나 딥(Dip)을 제거합니다.



잠시 배경 지식을 하나 짚어봅시다. 밸런스드 아머처 리시버는 구조 상 몇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내부에 전면 용적과 후면 용적이 있는데, 후면 용적을 늘리면 전체 출력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진동판의 넓이를 늘리면 저음 재생이 좋아지며 넓이를 줄이면 고음 재생이 좋아집니다. 즉, 한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리시버로는 고.중.저음을 모두 완벽하게 재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EVR, ESR에 사용된 고음, 중음, 저음용 밸런스드 아머처는 ‘크기’로 그 역할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작은 BA는 고음용이고 큰 BA는 저음용입니다. 팬텀은 EVR, ESR에 들어가는 고음 BA와 저음 BA를 두 개씩 갖고 있습니다.



EP 시리즈 제작자의 설명문

저는 음향 기기의 소리를 듣고 감상문을 작성한 후에 가능하다면 제품의 측정 데이터나 다른 감상평을 찾곤 합니다. 귀로 듣고 판단한 것이 다른 데이터나 감상평과 비슷한지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인데요. 제품의 패키지에 측정 데이터가 떡하니 나와 있으면 저에게는 스포일러(?)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엠파이어 이어스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웹사이트에 해당 이어폰을 만든 사람의 설명문 같은 게 있는데 이게 저의 감상 결과와 너무나 비슷한 겁니다. 제가 제품 리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설명해놓았습니다. 그만큼 제작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명확한 방향으로 각 이어폰의 사운드를 결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 설명문을 읽기 편하게 번역해보았습니다.


EVR



Designed with vocalists in mind, the EVR combines the essential elements required to achieve a perfect vocal reproduction: a signature buttressed on a slightly forward midrange, topped off with powerful transparency. A vocal performance providing depth and power, while simultaneously staying in line with the rest of the band; after all, music remains the sum of its parts.

EVR은 보컬리스트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보컬 전달에 필요한 핵심적 요소들을 종합했는데, 중음 영역을 약간 앞으로 끌어내고 높은 투명성을 더하는 것입니다. 보컬에 깊이와 힘을 더하면서도 다른 밴드 멤버의 연주와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음악이 하나가 되도록 했습니다.

Accordingly, most of its tuning remains centered around a balanced signature: a relatively neutral quantity of its bass, and an instrument placement that is neither forward nor laid-back. Yet despite its thoroughly balanced signature, the EVR is a far cry from a clinical performance, condoning a subtle deviation from neutral to allow for a playful touch of sparkle in its treble; a musical element that not only brings clarity to its vocals, but breathes life into its instruments. Built for the spotlights, the EVR was made to shine.

EVR의 사운드 튜닝은 대체로 균형을 중시하는데, 저음의 양을 중간 정도로 맞췄고 악기의 위치가 앞으로 나오거나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조절했습니다. 이 제품은 상당히 밸런스형이지만 냉정한 소리가 아니라 고음에 살짝 듣기 즐거운 강조를 넣어서 중립에서 조금 벗어나는 편입니다. 이것은 보컬에 명료함을 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들에게 숨결을 불어 넣습니다. 무대 조명 속에 쓰이는 이어폰이기에 EVR의 소리도 반짝거리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요약 : EVR은 저음이 평탄한 편이며 중음과 고음을 조금씩 강조해서 보컬과 악기를 모두 명료하게 만든다. 약간 밝고 듣기에 즐거운 소리가 특징이며, 보컬을 앞으로 끌어내는 게 아니라 밴드 연주와 조화를 이루도록 무대 위에 둔다.



ESR


Building forth on the all-round capabilities of Empire Ears' appraised Spartan, the ESR offers similar neutrality, with an improved tuning throughout the spectrum. Combining greater body to the sound with a pleasant touch of warmth results in a more engaging midrange, while further improved extension provides even greater resolution.

ESR은 엠파이어 이어스의 성공작 '스파르탄'의 올라운더 능력을 추구하여 스파르탄과 유사한 중립성을 보이되 모든 음 영역에서 더욱 향상된 튜닝을 거쳤습니다. 소리 전체에 듣기 좋은 포근함을 더하고, 중음에 힘을 실어주며, 더욱 높은 해상도로 주파수 대역폭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Accordingly, the ESR has evolved as the pinnacle of balance, providing one of the most linear signatures in Empire Ears' lineup. A bass that is neutral in quantity, but high in definition, and quick in pace; a smooth midrange that holds the line between forward and laid-back, and a precisely-tuned treble, delicately balancing between clear and smooth. But more than anything the ESR is a detail monster, offering the pinpoint precise imaging, clean separation, and high resolution of top-tier competitors, at a mid-tier price.

ESR은 엠파이어 이어스의 제품 중에서 가장 평탄한 사운드 시그니처로 최상급의 밸런스를 제공합니다. 저음은 중간 정도의 양을 지니되 해상도가 더욱 높고 빠른 응답 속도를 지닙니다. 부드러운 감촉의 중음은 앞으로 나오지도 않고 뒤로 밀리지도 않는 위치를 지키며, 정밀하게 튜닝된 고음은 깨끗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무엇보다 ESR은 디테일의 표현이 괴물급입니다. 뚜렷한 초점의 사운드 이미지, 깨끗한 음 분리, 그리고 타 회사의 하이엔드급 제품 같은 고해상도를 중급의 가격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요약 : ESR은 플랫 사운드를 추구하되 전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이며 깨끗한 고음을 지닌다. 매우 높은 해상도와 뚜렷한 사운드 이미지로 소리를 세밀하게 전달하는 '디테일의 괴물'이다.



Phantom


The Phantom is Empire Ears bold assertion to challenge the status quo; a new take on a reference iem that performs at the highest level concerning both timbre and performance, rather than a compromise between either. Offering a sound befitting its name, the Phantom's sole mission is to disappear, and let the trueness of the music shine through. Besides industry-leading tonal accuracy, the Phantom promises both high resolution and transparency, with a versatile signature aimed to please both musical professional and audiophiles.

팬텀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엠파이어 이어스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색과 성능에서 최고 수준을 지향하되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레퍼런스 인이어 모니터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하겠습니다. 팬텀은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둡니다. 오로지 음악의 진실을 전달합니다. 팬텀은 업계를 리드하는 수준의 음색 정확성과 함께 높은 해상도와 투명도를 보장하며 음향 전문가와 오디오 애호가 모두에게 맞춰진 올라운더 타입의 사운드 시그니처를 지녔습니다.

Building forth on Zeus' impressive vocal display and three-dimensional stage, the Phantom adds a touch of warmth to achieve its perfect timbre, as well as a smoother sound. A mission fulfilled by a beautiful lower treble, and excellent top-end extension. Finally, by relying on deep low-end extension and a tastefully lifted bass, the Phantom's bass makes a compelling argument when called upon, while equally taking a step back when required.

'제우스'의 인상적인 보컬 표현과 3차원적 스테이지 묘사에서 더욱 나아가, 팬텀은 완벽한 음색과 더욱 부드러운 소리를 위해서 따뜻한 터치를 더합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낮은 고음과 훌륭한 초고음의 확장으로 달성한 성과입니다. 그리고 팬텀의 저음은 듣기 좋게 강조됐으며 초저음 영역이 확장되었으므로 앞으로 나올 때는 확실히 나오면서도 필요할 때는 배경으로 물러나주는 특성을 보입니다.

*요약 : 팬텀은 중립적인 음색과 높은 해상도로 이어폰이 귀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음의 조율과 저음의 강조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올라운더를 지향하여 튜닝되었으며 음향 전문가와 오디오 애호가 모두에게 적합하다. 초고음과 초저음의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감도가 매우 높은 인이어 모니터

이 정도의 설명이면 제품 선택에 큰 도움이 될 듯 한데요. EP 시리즈는 X 시리즈에 비해서 스튜디오 용도에 더 적합하며 모두 밸런스형 이어폰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각자 분명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결국 저는 감상문 세 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앞서 EP 시리즈 세 개의 공통점을 언급하면, EP 시리즈는 ‘감도가 매우 높은’ 인이어 모니터입니다. 재생기나 앰프의 배경 노이즈를 그대로 들려줄 만큼 민감한 편입니다. 출력 보강이 아니라 소리의 품질 향상을 위해 헤드폰 앰프를 쓰는 것은 좋지만, 노이즈에 민감한 분이라면 앰프를 쓰지 않고 고해상도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우시길 권합니다. 시험 삼아 코드 모조(Chord Mojo)에 EVR, ESR, 팬텀을 연결해보았는데 스으~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감지되지만 음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음악 장르라는 개념이 없음

또 한 가지 공통점은 EVR, ESR, 팬텀 모두가 음악 장르를 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보다 음악의 장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감성적인 터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선명한 소리만 추구할 뿐입니다. 여러 가지 음악에 골고루 어울린다는 올라운더가 아니라 음악의 종류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 이어폰이 주는 ‘청각의 경험’은 많이 다르군요. 굳이 분류한다면 EVR과 ESR은 ‘서로 방향이 다른 스튜디오용 이어폰’이라 하겠는데, 훨씬 비싼 가격의 팬텀은 고성능의 스튜디오용 이어폰일 뿐만 아니라 웅장한 청각 경험의 음악 감상용 이어폰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이하의 감상문은 제가 듣기에 EP 시리즈와 가장 잘 어울렸던 소니 NW-WM1A의 3.5mm 연결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EVR - '넓은 무대 위에 알맞은 간격으로 배치된 악기와 보컬'
1 Low, 1 Mid, 1 High (3-Way)

제품을 만든 회사 쪽에서 플랫(Flat) 사운드는 아니라고 하지만, EVR은 고.중.저음의 균형이 아주 잘 맞춰진 이어폰입니다. 특정 음 영역에 청각이 쏠리지 않도록 각 음의 비중을 잘 맞췄다는 뜻입니다. 단, 유저가 소리의 디테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고음과 저음을 조정한 느낌은 있습니다. 짐작해보건대 고음은 7~8kHz 근처, 중음은 800~1,000Hz 근처를 살짝 올린 듯 합니다. 그래서 고음에서는 약간 샤프한 인상을 받고 중음에서는 더욱 두터운 선을 느끼게 됩니다. 저음의 타격은 빈약하지는 않으나 강력하지도 않은, 짧게 끊어서 치는 펀치가 느껴지는 정도인데요.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한다면 부드러운 곡선의 낮은 언덕 모양이 될 듯 합니다. 즉, 저음의 둥둥거림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EVR의 저음이 매우 평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반대로 이티모틱 리서치 ER4 시리즈의 저음에 익숙한 유저라면 EVR의 저음이 더 풍만하고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음 일부가 강조되어서 찰싹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X 시리즈의 네메시스처럼 확실하게 강조된 고음이 아니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끔씩 찰싹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완만하게 추가된 고음 강조입니다. 이것이 맑은 탄산수처럼 짜릿한 느낌을 줘서 귀가 시원해집니다. 고음 일부가 강조된 소리를 밝은 음색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저처럼 소리 전체를 두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조를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EVR의 음색은 다른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에 비하면 조금 어두운 편입니다. 비슷하게 고음이 강조됐어도 중음이 더 강조된 이어폰의 음색이 어둡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스튜디오 헤드폰의 소리를 많이 들어본 유저에게는 EVR의 음색이 더욱 중립에 가깝다고 느껴질 듯 합니다. EP 시리즈에서는 ESR이 밝은 음색이고 팬텀이 따뜻한 음색이라서 EVR이 중립적인 음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인이어 모니터 7개를 사용해보면서 몇 번이나 놀라는 점인데요. EVR도 소리의 해상도가 굉장히 높게 나옵니다. 각 모델마다 사운드 튜닝의 방향이 다르고 각 음 영역의 에너지가 다르지만 고해상도는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 모두에게 공통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으면 청취자는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많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EVR의 소리도 정보량이 하도 많아서, 제가 보유한 다른 이어폰으로 바꾸면 소리에 얇은 막이 끼어 있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EVR은 좌우 채널의 초점이 매우 뚜렷하며 음악 속의 요소를 촘촘히 분리하는 능력도 훌륭합니다. 단, 이런 특성은 부드럽고 편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랫동안 편안하게 듣는 휴식 용도의 이어폰은 아닙니다.

ESR과 비교하면 모든 소리가 조금 더 멀리 있는 듯 한데, 모두 동일한 거리를 보입니다. 악기와 보컬의 위치가 모두 한 줄로 맞춰집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넓은 무대 위에서 알맞은 간격으로 배치된 악기와 보컬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생성되는 사운드 이미지의 형태가 깨끗한 수평선처럼 보이며 뒤쪽으로 물러나는 요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EVR의 V는 보컬을 뜻하는데, 보컬 파트를 앞으로 튀어나오게 하지 않고 고음과 저음을 알맞게 조절하여 보컬이 그 가운데에 있도록 합니다. 더 쉽게 말하면 유저의 청각이 고음이나 저음에 쏠리지 않아서 보컬도 잘 감지할 수 있게 해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사운드 튜닝은 정확한 공간을 파악하게 해주지만 공간을 더 확장하지는 않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서 콘서트홀의 넓이를 반영하여 제작된 음반을 감상해보면 EVR은 규모를 웅장하게 강조하는 대신 음반 제작자가 의도한 넓이만 그대로 전달합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사운드 엔지니어와 오디오 애호가 중에서 사운드 엔지니어의 목적과 취향에 더욱 잘 맞을 것입니다.




ESR - '극히 선명한 소리를 편안히 오랫동안 듣는다'
1 Low, 1 Mid, 1 High (4-Way)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우리가 만든 이어폰 중에서는 가장 플랫하다!’고 말하지만, ESR은 제가 접해본 플랫 사운드의 이어폰 중에서는 가장 듣기에 즐겁고 예쁜 인상을 주는 제품이었습니다. 기본은 플랫 사운드인데 고음, 중음, 저음이 아주 살짝 부풀어 있습니다. 이것은 '음을 강조했다'가 아니라 '매우 약한 파동으로 흔들리는 하나의 선'이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잘 맞는데 소리 전체의 선이 굵고 몹시 풍성합니다. 그리고 푹신한 깃털 베개처럼 소리가 대단히 부드러우면서 통통 튀어 오르는 듯한 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ESR의 소리를 처음 들어보면 고음이 밝고 화사해서 놀라실 겁니다. 아주 깨끗한 고음인데 살짝 달콤한 맛이 있습니다. 주파수 영역을 대충 짐작해보면 7~8kHz 뿐만 아니라 10kHz 이상의 영역 일부도 살짝 강조한 모양입니다. 그만큼 초고음의 존재가 명확하며 음악 속의 공기 느낌도 생생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크(Peak)가 생길 정도로 고음을 강조하지 않아서 청각의 자극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밝은 음색의 이어폰이므로 각자 취향에 맞춰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러한 밝은 음색이 음악 장르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운드 튜닝의 어려움은 결국 중도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요? 특징을 만들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면 너무 심심한 소리가 되고, 뭔가 특징을 만들려고 하면 왜곡된 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ESR의 밝은 음색은 음악의 분위기를 조금 더 밝게 만들 뿐이며 음악의 주제를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없습니다.

제작자가 주장하는 그대로... 이 물건은 '디테일 괴물'입니다. 초고음부터 초저음까지 굉장히 넓은 주파수 영역을 매우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로 치면 4K를 돌파하는 고해상도라 하겠습니다. 모든 모델이 평등하게(?) 높은 해상도를 지니는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이지만 ESR의 해상도는 팬텀보다 높게 체감될 정도로 막강합니다. 해상도가 너무나 높은 이어폰이라면 귀가 피로해질 수도 있을 듯 한데, 그런 현상이 없도록 소리의 압력을 낮추고 부드러운 탄력을 더했군요. 극히 선명한 소리를 편안하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습니다.



소리의 요소를 세세하게 나누는 능력과 매우 빠른 응답 속도가 자꾸만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고음과 저음에서 듣기 좋은 잔향을 느끼게 됩니다. 저음에서는 초저음 영역에서 풍겨오는 연기 같은 것이 있고, 고음에서는 아주 고운 입자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독하게 건조한 방 안에서 처음으로 고급 가습기를 틀었다고 상상해봅시다. 메마른 호흡기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촉촉함인데 옅은 향기까지 더해져 있는 것입니다. 이 경험은 ESR의 고음이 지닌 화사함과 중.저음의 포근한 감촉과 어우러져서 여성 보컬과 바이올린 소리를 극히 아름답게 만듭니다. 하우징 내부에 울림통 구조가 없는 BA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귀 속으로 '소리의 향'을 전달한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중음이 귀에 가깝게 들립니다. 게다가 선이 무척 두텁게 묘사되어서 보컬과 현악기 소리를 앞으로 당겨서 듣고 싶다면 ESR이 적합하겠습니다. EVR은 보컬을 앞쪽으로 당기는 게 아니라 다른 악기 소리와 동일선에 두는 이어폰입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ESR의 사운드 이미지는 수평선이 아니라 구체(Sphere)처럼 보입니다. 청취자의 머리 주변을 상하좌우로 둥글게 에워싸는 것입니다. ESR은 음색에서도 EVR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특히 공간 묘사 방식에서 2D와 3D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2D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EVR은 음악 속 요소를 수평으로 펼쳐두지만 ESR은 입체로 둔다는 뜻입니다. 단, 주파수 응답 형태를 떠올려보면 ESR은 저음 강조도 거의 없고 특정 음 영역을 뒤로 밀어내지도 않았으니 심리적인 공간이 확장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Phantom - '힘과 웅장함이 추가된 레퍼런스 사운드'
2 Low, 1 Mid, 1 High, 1 Super High (5-Way)

EP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라서 뭔가 재미있는 소리를 기대한다면 팬텀은 예외로 두시길 권합니다. 많은 IEM 회사들의 하이엔드 모델을 청취해보면 공통적으로 음색 변조를 하지 않으며 고.중음을 평탄하게 하되 저음을 웅장하게 보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드라이버를 배치해서 각 음 영역의 에너지를 강화합니다. 팬텀은 첫 인상부터 매우 힘찬 느낌을 주는데요.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굉장히 굵은 선을 지녔으며 각 음 영역에 강한 에너지가 실립니다. 이 제품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고른다면 '파워' 또는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소리의 압력이 무척 강해서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초고음과 초저음에도 더 강한 에너지가 실려 있어서 EVR, ESR보다도 주파수 대역폭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좌우 채널의 초점이 뚜렷하게 잡히고, 매우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리의 해상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팬텀의 사운드 이미지 형태는 EVR처럼 수평선에 가까운데 고음과 중음이 수평선이고 저음은 큼직한 덩어리가 되어서 머리 주변을 에워싸는 듯 합니다. 그만큼 확실한 저음 강조가 있습니다. 묵직하고 강한 펀치가 시원하며 초저음으로 깊은 배경을 형성하여 음악의 규모를 더욱 웅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EVR, ESR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더욱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우퍼용 BA를 2개씩 넣은 이유가 있군요. 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초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음의 거대한 규모로 친다면 X 시리즈가 더 좋다고 봅니다. X 시리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저음을 재생하므로 밸런스드 아머처 우퍼를 쓰는 EP 시리즈 팬텀과는 응답 속도와 질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X 시리즈의 레전드 X와 EP 시리즈의 팬텀을 비교한다면 저음의 양과 규모는 레전드 X가 훨씬 크지만 저음의 속도와 타격감은 팬텀이 앞설 것입니다.




중음 강조가 있습니다. 보컬, 현악기 소리가 귀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남녀 목소리 모두가 굵고 강하며 바이올린 소리가 몹시 옹골차게 들립니다. 이것에는 높은 저음의 강조도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여성 보컬도 굵고 뚜렷하게 들리지만 남성 보컬의 중후함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또, 중음의 에너지와 해상도가 모두 높아서 수많은 목소리가 함께 울릴 때의 임팩트가 큽니다. EVR, ESR은 가수 한 명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해부하는데, 팬텀은 대규모의 합창단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합창 단원을 개인 단위로 나눠서 기량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중립적인 음색을 지킵니다. 고음의 강조 여부로 밝은 음색을 판단한다면 EVR보다도 팬텀의 음색이 어둡다고 하겠으나, 저처럼 소리 전체를 두고 판단한다면 팬텀의 음색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중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중음과 저음의 비중이 높아서 그만큼 고음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굵고 선명한 고음이며, 초고음까지 잘 전달되고 있으나, EVR 같은 청량감이나 ESR 같은 화사함은 없다는 뜻입니다. 팬텀의 제작자가 의도한 ‘사라짐’을 위해서 음색 특징을 지운 모양입니다. 저는 음악 감상을 즐기는 입장이라서 이것이 마치 재미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직한(?) 소리를 원하는 오디오 애호가와 중립적 음색이 필요한 사운드 엔지니어에게는 매우 큰 장점이 되겠습니다.



이 제품의 정직함에 대해 또 말할 점이 있습니다. 고.중.저음의 비중을 보면 저음이 가장 높지만 소리 전체의 응답 속도가 매우 빠르며 잔향이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리의 부가적인 울림을 제어하고 있는데요. 음색 특징과 잔향이 없기 때문에 이어폰이 음악과 청취자 사이에서 어떤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팬텀의 몹시 굵은 소리 성향과 저음 강조가 청취자에게 분명한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하이엔드 이어폰의 소리를 들으면 보통은 할 말이 많아지는데, EP 시리즈의 하이엔드인 팬텀은 깨끗하고 힘차다는 것 외에는 콕 집어서 말할 내용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이어폰의 사라짐'이라는 뜻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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