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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포크음악의 꺼지지 않는 등불 ‘조동진’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8.01.30 15:29:45     조회 : 623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https://goo.gl/hmtfcW)

 

1979 ~ 1986

 영화 ‘1987’을 보았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당시 상황을 박종철과 이한열이라는 두 열사를 주인공으로 조명한 영화는 신파조의 울음보다는 안으로부터 울부짖게 만들었다. 1979년 독재의 끄트머리에서부터 1987년 독재에 항거하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은 분개를 자아냈다. 여기 1979년 발매된 후 1986년 재녹음, 재발매까지 1970년대를 넘어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의 작가주의를 이끌었던 앨범 하나가 있다. 우리 현대 역사에서 가장 엄혹했던 시대를 관통했던 시대에 발매된 조동진의 데뷔앨범이다.


 하지만 그의 데뷔앨범엔 당시의 시대상황을 연상시키는 투쟁이나 사회비판 등은 없다. 단조로운 화성 위에서 아주 좁은 음역을 아슬아슬 넘나드는 시인 한 명이 있을 뿐이다. 관조적이며 시적이다. 아니 그는 애초에 시인이었다. 작사와 작곡을 통해 이미 언더그라운드 포크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은둔자 같던 그의 노래는 양희은, 서유석, 김세환, 송착식 등 메인스트림 가수들의 녹음을 통해 알려졌을 뿐이다.

역사적 데뷔작의 여러 버전들
 시대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1979년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매하며 스스로 자작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1집의 폭발력은 대단해서 몇 해에 걸쳐 수십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몇 번의 재발매를 통해 대중의 가슴에 등불 같은 시와 음악을 타오르게 만들었다.

 
이 앨범은 1979년 ‘대도레코드’를 통해 최초 발매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음반은 ‘한국음반’을 통해 다음해 1980년에 발매된다. 재발매는 또 한 번 있었다. 1981년 신세계 레코드에서 발매된 것이 오리지널 녹음의 마지막이었다. 군사정권 당시를 반영하듯 ‘나의 조국’처럼 어이없는 건전가요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 빼곤 수록 곡은 동일했다.


1980년에 발매된 앨범

 하지만 1986년 서라벌 레코드를 통해 재발매된 앨범은 많은 부분 바뀌었다. 일단 붉은 배경에 조동진의 얼굴 스케치가 그려진 오리지널 앨범과 달리 조동진 자신이 기타를 안고 있는 흑백사진이 커버 디자인을 장식한다. 더불어 수록곡도 바뀌었다. 오리지널 앨범에서 없었던 ‘언제나 그 자리에’와 ‘그림자 따라’ 등 두 곡이 추가되었다.


1986년에 발매된 앨범

 또 하나 새로운 점은 이 곡들이 모두 새롭게 녹음되었다는 사실이다. 조동진 본인이 보컬인 것은 동일하지만 세션이 바뀌었다. 오리지널 앨범이 이장희 등과 함께 활동했던 밴드 ‘동방의 빛’ 멤버들과 함께 했다면 1986년 버전은 기타에 이병우, 피아노에 김광민, 베이스와 드럼에 조원익 등이 참여했다. 기타에 강근식, 드럼에 유영수, 그리고 오르간에 이호준 등 동방의 빛 멤버들이 주축이 된 1979년 녹음과 비교할 때 베이스를 조원익이 연주했다는 것만 빼면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이는 1970년대를 마감하고 1980대를 열어간 신선하고 세련된 세션들이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대부 조동진을 멋지게 배웅하고 있는 모습이다.

 
1986년도 녹음 또한 서라벌에서 LP로 발매된 이후 다시 한 번 재발매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현 로엔의 전신 서울음반에서 출시된 LP다. 이 LP는 당시 아날로그 LP 프레싱에서 고음질로 유명했던 일본 JVC/빅터와 기술 제휴해 만들어졌다. 수록곡은 동일하지만 기술제휴로 음질이 약간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약하면 본 작의 LP 버전은 1979년도 녹음이 총 세 가지, 1986년 녹음이 총 두 가지다. 조동진의 데뷔작은 총 다섯 번 발매되면서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고 결국 조동진 사단의 시발점으로 역할 했다.

2017년, 조동진 리마스터링 버전


2017년 리마스터링 버전 앨범

 새롭게 재발매된 조동진 1집 LP는 발매된 지 무려 27년만이다. 지난해 20년만에 6집 ‘나무가 되어’를 고군분투 끝에 세상에 꺼내어놓은 이후 급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그를 추모하듯 무척 정성스럽게 재발매 되었다. 발매 전부터 기다렸던 조동진 재발매 이슈는 이제 1집을 통해 첫 운을 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음질이었고 나 또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발매 LP는 음질적으로 가장 뛰어나다. 이전에 두 가지 버전의 음악적 요소들이 다방면에서 충분히 포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하이파이 관점에서 볼 때는 훨씬 더 훌륭하다. 리마스터링을 하면서 각 악기들의 믹싱 부분도 함께 다듬은 것으로 들리는데 오리지널의 악기 밸런스를 최대한 보존했다.

 
따라서 몇 년 전 김광석 4집 재발매처럼 부자연스러운 레벨 조정으로 인한 폐해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피아노, 기타, 보컬이 유사한 대역을 오가면서도 기존 버전보다 좀 더 또렷하게 대비되어 들린다. 악기들의 질감이나 하모닉스 구조도 더 명확해 잘 구분되어 들리는 편이다. 특히 중, 저역을 오가는 베이스와 드럼도 좀 더 깊고 명징하며 타이트하다.


 이번 조동진 1집 재발매는 단지 한 가수의 한 앨범을 발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OBI에 명시되어 있는 [한국 대중음악 명반 1] 이라는 텍스트처럼 앞으로 계속해서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대중음악 명반을 꾸준히 LP로 재발매할 예정이라는 포석이다. 조동진의 모든 앨범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을 모두 아우를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 대중음악 순례의 시작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요 재발매 LP에서 항상 문제되어 온 두 가지 불편한 아젠다에 대한 불안과 실망의 불식이다. 하나는 음질이다. 마장 뮤직은 기존에 이미 고품질 음질을 구현하기 힘들다는 솔로 바이올린 레코딩, 요한나 마르치의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를 멋진 음질로 구현한 바 있다. 또 하나는 타이틀 선정이다. 기존 가요 LP 재발매는 고가의 희귀음반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었다면 마장 뮤직은 가요 역사 전체를 조명하는 폭넓은 시각 하에 재발매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발매 스케쥴에 포함된 어떤날 1, 2집이 그 증거다.

 
재발매를 통해 값비싼 희귀 앨범을 열악한 음질로 수집하는 것을 넘어 희귀성과 관계없이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역사적, 음악적으로 가치 있는 앨범들을 정교한 리마스터링을 통한 고음질 LP로 재조명하는 일. 이번 조동진 1집은 그 출발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우리 음악들이 더 환하게 타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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